문화일반

K팝 가두기 논란…BTS가 던진 그래미 보이콧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음악계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발매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정규 5집 앨범 '아리랑'을 오는 2027년 그래미 어워즈 후보 심사 대상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동안 그래미가 보여준 보수적인 태도와 최근 신설된 아시아 관련 부문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해석되며 사실상의 보이콧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30일 공식 입장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며, 새롭게 만들어진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이 결코 차별을 위한 장치가 아님을 강조했다. 아시아 음악의 비약적인 성장을 인정하고 더 많은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래미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음악 팬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 6월 발표된 아시안 팝 부문 신설 소식은 당시에도 K팝과 J팝 등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어 '올해의 앨범'이나 '올해의 레코드' 같은 주요 본상 경쟁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이미 수년 전부터 그래미는 비영어권 아티스트들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방탄소년단 역시 압도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전례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내놓은 앨범 '아리랑'은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 팝 사운드로 녹여내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장기 집권하며 상업적 성공까지 거둔 만큼, 그래미 본상 수상의 적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출품 자체를 포기한 것은 시상식의 들러리가 되기보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그래미의 구조적 문제점을 전 세계에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하더라도 본상 후보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두 부문에 동시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장르 부문과 주요 부문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과거 라틴 팝이나 랩 부문이 신설되었을 때도 해당 장르 아티스트들이 본상 수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오히려 아시아 가수들의 한계를 규정짓는 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도권이 더 이상 서구 시상식의 권위에만 종속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팬덤 '아미'를 비롯한 전 세계 음악 소비자들은 그래미의 변화 없는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시상식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그래미가 이번 보이콧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