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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가면 겁쟁이?…'공공의 적' 된 최강팀의 역설

 메이저리그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LA 다저스가 멈출 줄 모르는 광폭 행보로 다시 한번 리그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미 2024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계약을 포함, 총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다저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돈으로 우승을 산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혼자 야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4승을 더 해서 야구를 완전히 망쳐버리자"고 외친 것은 이러한 비판에 대한 조롱 섞인 응수이자, 압도적인 전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2025시즌을 앞둔 지금, 다저스는 그 '야구 망치기'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고 있다.

 

그 신호탄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스의 영입이었다. 다저스가 이번 오프시즌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디아스와 3년 690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리그 곳곳에서는 절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디아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253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한 특급 소방수다. 부상에서 복귀한 올해 62경기에서 28세이브, 평균자책점 1.63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건강하기만 하다면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투수임을 증명했다. 가뜩이나 강한 다저스가 가장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손에 넣으면서, 다른 팀들은 이제 싸워볼 엄두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다저스의 끝없는 전력 보강에 대한 반감은 이제 노골적인 비난으로 분출되고 있다.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브렛 앤더슨은 디아스의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SNS에 "지금 시점에서 다저스와 계약하는 스타 선수는 그냥 겁쟁이일 뿐"이라는 글을 남겨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게시물에는 "더 울어봐라"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과 함께 다저스의 행태를 비판하는 수많은 답글이 달리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정 선수를 '겁쟁이'라고 지칭한 이 트윗이 큰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가, 다저스의 독주를 경계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난과 별개로, 다저스는 선수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가장 매력적인 팀으로 꼽힌다. 특히 스타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원하는 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자금력은 기본이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구 인기 팀이라는 명예, 그리고 무엇보다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실제로 오타니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연봉 지급 유예 조건까지 받아들이며 우승을 위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돈보다 우승이라는 가치를 좇는 선수들에게 '이기는 팀' 다저스는 최상의 선택지인 셈이다. 결국 다저스가 강해질수록 더 많은 스타들이 합류하고 싶어 하고, 그럴수록 다저스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