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조아

‘건강식’인 줄 알고 먹었다가…당신의 혈당을 ‘수직상승’ 시키는 음식의 배신

 혈당 관리는 더 이상 당뇨병 환자만의 숙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을 좌우하는 혈당의 급격한 변동,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는 건강한 사람의 췌장마저 서서히 병들게 하고, 결국 당뇨병과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흰쌀밥, 밀가루, 설탕만을 혈당 관리의 적으로 여기지만, 진짜 위험한 적은 ‘건강’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 식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배신자는 바로 요거트와 우유다. 특히 건강을 위해 선택한 ‘락토프리(유당제거)’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유당이 미리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되어 있어, 마시는 즉시 혈당을 더 빠르고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혈당 부스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이성우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요거트는 ‘무가당’ 표시가 있더라도 원재료인 우유의 유당이 혈당을 높일 수 있으며,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흡수가 빨라져 혈당 반응이 더욱 격렬하게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혈당을 요동치게 만드는 역설이다.

 

‘제로 슈거’, ‘무가당’이라는 이름표를 단 제품들도 안심할 수 없다. 설탕 대신 사용된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같은 인공 감미료가 장기적으로 우리 몸의 인슐린 감수성과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교란을 일으킬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대체 감미료가 오히려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방을 줄여 칼로리를 낮춘 ‘저지방 간식’ 역시 교묘한 함정이다. 지방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설탕이나 정제 전분이 다량 첨가되는 경우가 많아, 건강 간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혈당을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김철식 교수는 “잡곡빵이나 흑미빵조차 가공 과정에서 섬유질이 손실되고, 풍미를 위해 당 시럽이나 버터가 추가되면 이름만 건강빵일 뿐, 실제 혈당지수는 흰빵과 다를 바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고 섭취하느냐에 따라서도 혈당 반응은 천지 차이다. 대표적인 건강식품 고구마는 튀겼을 때보다 오븐에 오래 구웠을 때 혈당지수가 훨씬 높아진다. 흰쌀밥 역시 죽으로 끓이면 전분 입자가 잘게 분해되어 소화 흡수가 빨라지면서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반대로 조리한 밥을 냉장고에 식혔다 먹으면, 소화되지 않는 ‘저항성 전분’이 늘어나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는 “주스로 갈아 마시면 섬유질이 모두 파괴되어 당분이 혈액으로 직행하며, 곶감처럼 말리거나 푹 익은 바나나는 당분이 고도로 농축되어 있어 혈당 상승 폭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해서는 식단의 ‘이름표’가 아닌 ‘실체’를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이준엽 교수는 “식사 시 샐러드 같은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하면 혈당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규칙적인 식사, 야식 금지, 식후 10분 걷기와 같은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당신의 췌장을 지키고 장기적인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