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불참 결정을 두고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석기 외통위원장을 비롯해 김건, 유용원, 인요한 의원과 김은혜 정책수석부대표는 6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이 실용외교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국익을 위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토 정상회의가 중동 정세 악화, 국제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 전방위적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외교적 계기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불참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원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외교 무대에서 스스로 이탈한 결정은 국익에 역행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국내 현안을 이유로 든 대통령실의 설명에 대해서도 “그토록 급박한 국내 현안이 무엇이냐”며 강한 의문을 표했다. 이들은 “중동 정세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동맹과의 연대가 더 절실하다”며,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과연 실용외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나토 정상회의 불참이 한국 외교에 미칠 외교·안보적 파장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미국 동맹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이 강압외교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토 및 인도·태평양 파트너국들 사이에서도 한국 새 정부가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와 협력하고 있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인태 국가들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불참하게 될 경우 자유민주주의 진영 내에서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건 의원은 닛케이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나토 계기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의를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중 우리나라만 빠지게 되면 국제사회에 주는 외교적 메시지가 심각하다”며, “지금이라도 불참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혜 수석은 “나토는 그동안 대한민국과 사이버 안보, 정보 교류, 대북 정보 협력을 긴밀히 유지해온 파트너”라며, “정상회의 불참은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동 정세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가야 한다.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북중러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는 외교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이미 외교 현장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작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초안에 ‘북중러 적대 및 일본 중시 외교’가 탄핵 사유로 언급됐다가 삭제된 사례를 들며, “그 문구가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우방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나토 회의에서 체코, 폴란드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방산, 원전 수출 등 국익 확대를 위한 관계 구축에 나섰어야 한다”며, “국내 사정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용원 의원은 특히 K-방산의 핵심 시장인 폴란드와 관련한 실무 차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폴란드와 추진 중인 K2 전차 2차 수출 사업은 약 9조 원 규모로, 현재 최종 계약 직전 단계에 있다”며, “정상회담 불참으로 인해 계약이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력을 재정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들과의 정상급 외교를 소홀히 하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나토 불참이 단순한 외교 일정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어떤 외교 방향을 설정하는가에 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나토 회원국들과의 연대 강화는 단지 안보 협력을 넘어서, 방산·에너지·경제 협력 등 다방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만큼, 대통령의 결정은 국정 전반에 걸친 실기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실에 외교·안보적 파장에 대한 즉각적인 해명과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실용외교를 외치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스스로 빠지는 결정이야말로 가장 비실용적”이라며, 다시 한 번 강도 높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