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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기준금리 동결, 금리인하 신중 모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후, 세 차례 연속적으로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가운데, FOMC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하지 않기로 했고,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가 없었다. 시장의 주목은 연준의 금리 정책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한 신중한 발언들에 집중되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금리 정책에 있어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사용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further)"는 표현은 연준이 직면한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는 또한 금리 조정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고, 데이터에 따라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리 인하나 상승 시점을 예고하지 않았고, 여전히 "너무 이르다"며 상황을 예단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신중하게 언급했다. 그는 기저 인플레이션은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 대신 'short-lived'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한 것으로 보였다. 이 발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쉽게 진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피하고자 한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또한, 실업률에 대한 언급에서도 파월 의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더 알기 전까지는 어떤 정책이 적절한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며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었으며,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0%에서 20% 초반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발언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연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파월 의장은 "행정부의 일과 연준의 일은 다르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 훼손은 통화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맞서 연준이 독립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결정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때 시행된 반도체 수출 규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와 나스닥을 급등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반도체와 관련된 규제 완화는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무역협상과 관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관세 정책과 무역 협상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으며, 연준의 대응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연준은 이러한 상황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