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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엑스포를 뒤흔든 '조선통신사'의 귀환

 400년 전 한일 평화의 가교였던 조선통신사가 현대에 부활하여 양국의 문화 교류를 이어간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총 12차례 일본으로 파견되었던 조선통신사는 당시 외교 사절단으로서 양국 간 평화와 우호를 다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자 재현된 조선통신사선이 지난 4월 30일 부산을 출발해 오는 13일 오사카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번 조선통신사선의 항해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현재 진행 중인 오사카 엑스포와 연계되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5월 13일은 오사카 엑스포에서 '한국의 날'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날 조선통신사선 환영 입항식이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엑스포가 열리는 유메시마(夢島)에서는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가 펼쳐져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총 5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조선통신사의 평화적 가치와 한일 우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양국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과거 조선통신사가 담당했던 민간 외교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문화재단과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오는 27일까지 '조선통신사선 한일 뱃길 재현' 행사를 총괄 진행하며, 이를 통해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은 부산을 출발한 후 일본의 여러 도시를 경유하는 역사적인 항로를 따라 항해하고 있다. 쓰시마를 시작으로 시모노세키, 쿠레, 후쿠야마, 세토우치 등 조선시대 통신사들이 거쳤던 주요 경로를 따라 항해하며, 마침내 오사카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정박지마다 선상박물관을 운영하고 전통공연을 선보이는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현지 일본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조선통신사의 역사와 의미를 알리고 있다.

 


이번 조선통신사선의 활동은 오사카 엑스포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는 9월 27일부터 28일까지는 도쿄 코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한일축제한마당 in Tokyo'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하고 한국의 전통공연을 선보여 일본 수도에서도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릴 계획이다.

 

또한 이번 조선통신사 재현 사업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양국 간 학술 교류의 장도 마련한다. '新조선통신사 한일 문화컨퍼런스'를 통해 양국이 문화교류를 통한 평화선언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현재의 복잡한 한일 관계에서 문화를 통한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나눴던 '필담창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다. 당시 조선통신사와 일본 문인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자로 시와 글을 주고받으며 문화적 교류를 나눴는데, 이번에는 한일 양국의 현대 예술가들이 함께 교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다. 이를 통해 400년 전 문화 교류의 정신을 21세기에 되살리는 의미 있는 시도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선통신사선 재현 사업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을 넘어, 현재의 한일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문화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던 양국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이번 조선통신사 재현은 시의적절한 문화 외교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한일 양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번 행사는 국제 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