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조아

카네이션 값 너무 올랐네... 지갑 닫히고 꽃 시장은 텅 비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특수를 기대하던 꽃 시장이 예년과 달리 썰렁한 분위기 속에 시름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카네이션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탓이다. 꽃을 사러 온 이들조차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다 발길을 돌리거나,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양의 꽃만 구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버이날 전날인 지난 7일 오전 방문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명절 대목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90여 개 점포가 밀집한 이곳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카네이션 바구니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진열대를 지키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조용한 어버이날 대목은 처음"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가까이 꽃 가게 일을 해온 A씨는 "원래 이맘때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올해는 정말 사람이 없다"며 "경기가 어려운 건 알지만, 그래도 장사를 해야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10년 경력의 30대 상인 김모씨 역시 "보통 어버이날 전날이나 당일이 가장 바쁜데, 이번엔 전혀 다르다"며 "지난해만 해도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야 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너무 한산하다"고 전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카네이션 가격 상승은 시장 침체를 더욱 부추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카네이션 평균 가격은 한 단에 78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13원)보다 약 15% 올랐다. 꽃값뿐만 아니라 인건비, 바구니 등 부자재 비용, 농자재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상인들은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다. 김씨는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덜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마진을 생각하면 가격을 내리기 어렵고, 대신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카네이션을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효와 감사의 상징인 카네이션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다른 꽃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부모님께 드릴 꽃을 사러 온 이다현(26)씨는 "카네이션 바구니가 예상보다 비싸고 풍성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꽃을 사고 카네이션 몇 송이만 꽂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5만원대 카네이션 바구니를 보던 그는 결국 거베라, 작약 등이 포함된 2만원대 작은 꽃다발을 선택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절화 거래량 순위에서 카네이션은 장미, 거베라, 국화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반면, 치솟는 꽃 가격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양재 꽃 시장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경기 하남에서 온 장모(34)씨는 "집 근처 소매점은 훨씬 비싸서 양재까지 왔다"며 "일반 꽃집에서는 풍성한 꽃다발을 사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강남, 일산, 남양주 등 먼 지역으로 배달 주문을 받는 한 상인은 "배송비를 합쳐도 여기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 보니 멀리서도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재 꽃 시장이 가진 가격 경쟁력이 일부 수요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