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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당 단일화 갈등에 “이럴 줄 몰랐나?” 작심 발언

 국민의힘 대선 정국이 점점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현재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 갈등에 대해 뼈 있는 발언을 내놓으며 당 안팎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약 1시간가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과 그 이후 벌어진 내홍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며 "결국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가. 제가 2대 1로 싸운 셈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애초에 예견된 일이었음을 시사했다.

 

한 전 대표는 특히 지난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룰 변경을 문제 삼았다. 그는 “4월 10일 갑자기 천 원만 낸 당원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 사전 고지도 없이 정해졌다”며, 이러한 변화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걸 미리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면 경선 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당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동시에 그는 경선 패배에 대해 "전략팀이나 스태프의 책임이 아니다.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라며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어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상식적인 시민들이 당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계엄 시기 실망해 당을 떠난 7만명 정도의 상식적인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 1000원만 당비를 내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통해 수천 배의 효용을 드릴 수 있다”며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과 정치 정상화를 위한 시민 참여를 촉구했다. 또한 그는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정치와 일상,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을 구상 중이라고 밝히며, 정치인으로서의 새 역할을 준비 중임을 알렸다.

 

 

 

한편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선거운동과 단일화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후보를 무시한 채 당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 등 기본적인 후보 권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단일화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장 권영세는 6일 의원총회에서 “오는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 짓겠다”며 7일 전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은 이를 통해 김 후보를 압박하며 단일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동시에 김 후보의 퇴로를 차단하는 초강수로도 해석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그 시한은 11일까지”라며 “이는 당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본인이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이번 단일화가 당의 명운과 직결된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이날 김문수 후보가 유세 중인 대구로 향해 직접 단일화 설득에 나섰으며, 한덕수 후보도 대구로 이동해 김 후보와의 회동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여전히 주도권을 고수하려는 입장이다. 자신이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단일화 협상도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단일화의 시기나 방식에 대해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후보 캠프에서는 단일화 마감 시점인 11일 이전에 급하게 결론을 내릴 경우, 여론조사상 한 후보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치 자금 및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후 유리한 시점에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전략적 셈법도 감지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내 갈등의 골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의 윤희숙 원장은 이날 김 후보를 향해 “단일화할 의사가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켜야 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단일화 무산 시 김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거론한 첫 고위 당직자의 발언이자, 지도부와 김 후보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단일화 국면은 단순한 후보 간 합의 문제를 넘어서 당내 권력 주도권, 정당 운영 방식, 그리고 국민 눈높이와 정치적 신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당의 분열은 물론, 본선 경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